서울의 가을을 즐기기 위해 반드시 먼 산을 찾아갈 필요는 없다.
궁궐 돌담을 따라 이어지는 은행나무길부터 도심 속 숲길, 강변 산책로까지 일상 가까운 곳에서도 다채로운 단풍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가을철 시민들이 걸으며 계절의 변화를 즐길 수 있도록 '2026 서울 단풍길 110선'을 선정해 31일 공개했다.
이번에 선정된 단풍길은 총연장 167.03㎞로, 노선을 따라 분포한 수목은 7만2,447그루에 이른다.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왕벚나무, 단풍나무, 메타세쿼이아 등 다양한 수종이 만들어내는 가을 경관을 서울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서울시는 올해 단풍이 10월 말부터 11월 초·중순까지 아름다움을 더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실제 단풍의 절정 시기는 지역과 수종, 기상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선정의 특징은 유명 명소를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들이 산책 목적과 선호하는 환경에 따라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는 점이다.

■ 110개 단풍길을 네 가지로 나눈 이유…걷는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 가을 풍경
서울시가 발표한 단풍길 110선은 도심 속 걷기 좋은 길, 물을 따라 걷는 길, 공원과 함께 만나는 길, 산책길에서 만나는 길로 구성됐다.
구분| 노선 수| 총연장
도심 속 걷기 좋은 단풍길| 20곳| 26.45㎞
물을 따라 걷는 단풍길| 19곳| 43.27㎞
공원과 함께 만나는 단풍길| 28곳| 41.85㎞
산책길에서 만나는 단풍길| 43곳| 55.46㎞
합계| 110곳| 167.03㎞
가장 많은 노선이 포함된 유형은 '산책길에서 만나는 단풍길'로 43곳이다. 전체 노선의 약 39%를 차지한다.
반면 '물을 따라 걷는 단풍길'은 19곳으로 노선 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총연장은 43.27㎞에 달한다.
하천과 제방을 따라 비교적 길게 이어지는 산책 코스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공원과 함께 만나는 단풍길에는 전체 수목의 약 37%인 2만7,087그루가 분포한다.
이처럼 노선의 개수뿐 아니라 길이와 수목 분포까지 살펴보면 같은 단풍길이라도 실제 산책 경험은 상당히 다를 수 있다.
짧은 도심 산책을 원하는 사람과 장시간 걷기를 즐기는 사람, 어린이와 함께 방문하는 가족, 완만한 산책로를 찾는 고령층에게 적합한 코스가 서로 다르다는 의미다.
■ 고궁 돌담과 은행나무가 만나는 길…삼청동·덕수궁·정동길
서울 도심에서 가을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종로구와 중구의 역사문화 공간을 중심으로 한 단풍길이 눈에 띈다.
종로구 삼청동길은 동십자각에서 삼청터널까지 약 1.2㎞ 구간으로, 경복궁 동측 담장과 은행나무가 어우러지는 곳이다.
효자로 역시 경복궁역에서 효자동삼거리까지 약 0.8㎞ 구간에 은행나무와 버즘나무가 이어져 있다.
중구 덕수궁길은 대한문에서 서울시립미술관까지 약 0.3㎞에 걸쳐 은행나무와 느티나무가 돌담길과 조화를 이룬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정동삼거리까지 이어지는 정동길 약 0.5㎞ 구간도 가을 산책 명소로 선정됐다.
이들 노선의 장점은 산책 자체뿐 아니라 주변의 역사적 건축물과 문화시설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덕수궁길과 정동길은 비교적 짧은 구간이어서 긴 산책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방문 계획을 세우기 쉽다.
다만 주요 관광지에 위치한 만큼 주말과 단풍 절정기에는 방문객이 집중될 수 있어 보행 혼잡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물길 따라 이어지는 단풍…안양천 10.1㎞, 중랑천·양재천도 주목
강변이나 하천을 따라 길게 걷고 싶다면 수변 단풍길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은 안양천 산책로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양평교에서 안양천교까지 이어지는 안양천 산책로는 약 10.1㎞로, 이번에 선정된 수변 단풍길 가운데 특히 긴 구간에 속한다.
구로구·금천구·영등포구에 걸쳐 있으며, 단풍나무와 왕벚나무 등 2,277그루의 수목이 가을 풍경을 만든다.
이곳은 단풍뿐 아니라 야생화 군락과 하천 경관을 함께 감상할 수 있고, 운동시설과 자전거도로가 조성된 것이 특징이다.
동대문구 중랑천 제방길은 군자교에서 성북구 경계까지 약 5.6㎞에 걸쳐 왕벚나무와 느티나무가 이어진다.
성동구와 광진구에 걸친 송정제방길은 성동교에서 장평교까지 약 4.7㎞ 구간으로, 왕벚나무와 은행나무 약 5,000그루가 분포한다.
서초구와 강남구의 양재천 구간도 영동2교에서 영동6교까지 약 2.8㎞에 걸쳐 왕벚나무와 수변 식생이 어우러지는 산책길로 소개됐다.
수변 산책로는 이동 거리를 조절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이용하는 구간에서는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낙엽이 쌓이거나 비가 내린 뒤에는 일부 노면이 미끄러울 수 있으므로 무리한 속도로 걷거나 뛰는 행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 서울숲·남산·하늘공원…단풍뿐 아니라 숲과 도시 풍경까지
공원형 단풍길은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머물고 싶은 시민들에게 적합하다.
서울숲의 '숲속길'은 약 0.5㎞ 구간에 은행나무와 느릅나무 등 800그루가 분포한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이 일대에는 은행나무 약 600그루가 모여 있어 도심 속에서도 숲의 가을 풍경을 느낄 수 있다.
서울숲 '바람의 언덕'은 억새가 어우러지는 약 0.6㎞ 구간으로, 나뭇잎의 색 변화와는 또 다른 가을 분위기를 제공한다.
남산공원 북측순환로는 약 3.5㎞에 걸친 보행자 전용도로로, 왕벚나무와 단풍나무 등이 어우러진다.
차량 통행이 없는 산책로라는 점에서 도심 속 걷기 공간으로서의 가치가 크다.
마포구 하늘공원의 억새밭길은 약 2.2㎞ 구간으로, 은빛 억새가 펼쳐지는 풍경이 특징이다.
또한 서울시는 월드컵공원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사이 약 2.3㎞ 메타세쿼이아길을 대표적인 가을 산책 명소로 소개했다.
이 구간은 완만한 데크길과 나무가 만들어내는 경관이 특징이다.
다만 억새길과 메타세쿼이아길은 감상하는 식생과 풍경이 다르므로, 방문 목적에 맞게 구간을 구분해 살펴보는 것이 좋다.
■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개최지 '매헌시민의숲'도 단풍 명소
서초구 매헌시민의숲 역시 이번 단풍길 110선에 포함됐다.
매헌시민의숲은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개최된 장소로,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작가·시민·기업 등이 참여해 조성한 51개 정원과 기존 도심 숲이 어우러져 있다.
단풍길로 선정된 구간은 약 1㎞이며, 단풍나무 470그루가 분포한다.
이곳은 기존의 숲과 새롭게 조성된 정원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가로수 중심의 단풍길과 차별화된다.
가을철 정원 관람은 나무의 단풍뿐 아니라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초화류와 정원 공간을 함께 경험하는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다.
다만 정원별 개방 범위와 현장 운영 상황은 방문 전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어린이·고령층과 함께 걷는다면…완만한 데크길과 무장애숲길 살펴야
단풍길을 선택할 때 아름다운 풍경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는 보행 편의다.
서울시가 선정한 양천구 용왕산 둘레길은 약 2.5㎞ 구간에 완만한 데크길이 조성돼 있어 비교적 편안한 숲길 산책이 가능한 곳으로 소개됐다.
같은 양천구의 신정산 둘레길 역시 약 2.7㎞ 구간에 완만한 데크길이 이어진다.
동작구 노량진공원길에는 약 0.4㎞의 무장애숲길이 조성돼 있다. 서울시는 노약자와 장애인 등 보행약자를 위한 산책 공간으로 이곳을 소개했다.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순환산책로는 정문에서 동물공연장까지 약 0.5㎞ 구간으로, 복자기나무가 만드는 단풍터널을 감상할 수 있다.
어린이대공원 후문진입로 역시 약 0.6㎞ 구간에 대형 은행나무가 늘어서 있어 가족 단위 가을 산책을 고려할 만하다.
다만 완만한 데크길이나 무장애숲길이라는 설명이 해당 공원 전체의 완전한 무장애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휠체어와 유아차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출입구부터 산책로까지의 연결 상태, 경사도, 화장실과 휴게시설 위치 등을 추가로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TJ뉴스 분석① 단풍길 110선, '관광 명소 안내'를 넘어 생활권 녹지 정보로 봐야
서울시의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부분은 단풍길을 관광지 중심으로만 선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궁과 대형 공원처럼 이미 잘 알려진 장소뿐 아니라 주택가 가로수길, 하천 제방, 아파트 단지 주변 산책로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공간도 포함됐다.
이는 시민들이 단풍을 보기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하지 않더라도 가까운 생활권에서 계절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도시의 녹지 공간은 경관을 제공하는 역할뿐 아니라 그늘 형성, 보행환경 개선, 휴식 공간 제공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서울시도 보도자료에서 가로수가 공기질 개선과 도심의 더위 완화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별 단풍길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온도 저감이나 대기질 개선 효과를 내는지는 이번 자료에 제시돼 있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효과를 특정 수치로 단정하기보다는 도시 녹지의 일반적인 기능과 향후 관리 필요성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생활권 녹지의 가치는 유명 관광지로서의 인지도보다 시민이 얼마나 쉽게 접근하고 자주 이용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 단풍길 110선은 서울의 가로수와 공원, 하천변 공간을 시민들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생활 정보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TJ뉴스 분석② 167㎞라는 총연장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걸을 수 있는 거리
단풍길의 총연장 167.03㎞는 서울 전역에 분포한 110개 노선의 길이를 합산한 수치다.
모든 노선이 하나의 산책로로 연결돼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때문에 시민이 산책 계획을 세울 때는 전체 규모보다 개별 노선의 길이와 출발·도착 지점을 확인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
예를 들어 덕수궁길은 약 0.3㎞로 짧은 반면, 안양천 산책로는 약 10.1㎞에 달한다.
두 곳 모두 단풍길로 선정됐지만 실제 소요 시간과 체력 부담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긴 수변 노선은 전체 구간을 완주할 필요 없이 지하철역이나 교량 등 접근 가능한 지점을 중심으로 일부 구간만 선택해 걷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단풍을 감상하며 천천히 걷는 경우와 운동을 목적으로 걷는 경우의 이동 시간도 달라진다.
따라서 서울시가 제공하는 지도 정보는 단순히 위치를 찾는 용도뿐 아니라 자신의 생활권과 이동 여건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TJ뉴스 분석③ 단풍의 아름다움만큼 중요한 보행 안전과 접근성
단풍길은 가을철 시민들이 집중적으로 찾는 공간이지만, 모든 노선의 이용 환경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도심 가로수길은 차량과 보행자가 가까이 이동하는 구간이 있을 수 있고, 하천변은 자전거 이용자와 동선이 겹칠 수 있다.
산책로와 공원은 노선에 따라 경사, 계단, 데크길 등 보행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에는 방문객 증가로 일부 인기 구간의 혼잡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단풍길 안내의 실질적인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경관 정보와 함께 보행 접근성, 대중교통 연결, 화장실, 휴게시설, 경사도 등도 중요하다.
이번 보도자료에는 노선별 주요 특징과 길이, 수종, 담당 부서 연락처 등이 포함돼 있지만 모든 구간의 실시간 혼잡도나 시설 접근성이 제시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방문객은 단풍길 선정 사실만으로 현장의 모든 이용 조건이 충족된다고 판단하기보다 개별 노선의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는 특히 어린이, 고령층, 장애인 등 다양한 시민이 공공 녹지 공간을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 단풍길 위치는 스마트서울맵에서 확인…테마별·자치구별 정보 제공
서울시는 선정된 단풍길 110곳의 위치와 관련 정보를 공식 누리집과 스마트서울맵을 통해 제공한다.
서울시 단풍길 안내 페이지에서는 선정 이유와 네 가지 테마별·자치구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서울맵에서는 지도에 표시된 아이콘을 선택해 단풍길 위치와 주변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공식 안내 페이지는 다음과 같다.
- 서울시 단풍길 안내: https://www.seoul.go.kr/story/autumn
- 스마트서울맵: https://map.seoul.go.kr
서울시 김영환 정원도시국장은 시민들이 가까운 도심 속 단풍길에서 바쁜 일상에 작은 위로를 얻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 가까운 길에서 만나는 서울의 가을…단풍길의 가치는 일상 속에 있다
서울 단풍길 110선은 규모가 큰 공원이나 유명 관광지에만 가을의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출퇴근길에 마주치는 은행나무 가로수, 집 근처 하천 제방, 동네 공원 산책로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장 유명한 장소를 찾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이동 거리와 보행 여건, 동행자의 특성에 맞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번 주말 가을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먼 곳으로 떠나기 전에 집에서 가까운 단풍길부터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울의 가을은 특별한 여행지뿐 아니라 시민들이 매일 지나치는 길 위에서도 깊어지고 있다.
자료 출처: 서울특별시 정원도시국 조경과·디지털도시국 공간정보과, 2026년 10월 31일 조간 보도자료 「공원부터 산책로까지 가을길을 걸어보세요, 서울시 '단풍길 110선' 선정」 및 첨부 노선별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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